[빛과 소금]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어린 시절 성경에서 가장 부러운 기도 장면은 솔로몬 왕의 것이었다. 꿈에서 “내가 너에게 무엇을 주기를 바라느냐”는 주님의 질문에 솔로몬은 “주님의 종에게 지혜로운 마음을 주셔서, 주님의 백성을 재판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주소서”라고 간구한다. 주님은 솔로몬의 답변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한다. 성경 개역개정 버전이다.
“네가 이것을 구하도다 자기를 위하여 장수하기를 구하지 아니하며 부도 구하지 아니하며 자기 원수의 생명을 멸하기도 구하지 아니하고 오직 송사를 듣고 분별하는 지혜를 구하였으니 내가 네 말대로 하여 네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주노니 네 앞에도 너와 같은 자가 없었거니와 네 뒤에도 너와 같은 자가 일어남이 없으리라.” (왕상 3:11~13)
주님은 지혜에 더해 솔로몬이 달라고 하지 않은 부귀와 영화, 그리고 장수의 축복까지 주셨다.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의 착한 나무꾼처럼 솔로몬은 오직 백성들을 위해 지혜로운 마음을 구하니 모든 영광이 따라오는 축복의 주인공이 됐다. 말년의 헛됨과는 별도로 말이다.
다니엘의 기도도 인상적이었다. 총리 다니엘의 능력을 시기한 페르시아 고관들의 음모로 30일 동안 다리우스 왕 말고 다른 신이나 사람에게 간구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사자 굴에 집어넣는다는 금령이 발표된다. 그럼에도 다니엘은 기도한다.
“다니엘이 이 조서에 왕의 도장이 찍힌 것을 알고도 자기 집에 돌아가서는 윗방에 올라가 예루살렘으로 향한 창문을 열고 전에 하던 대로 하루 세 번씩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그의 하나님께 감사하였더라.”(단 6:10)
한적한 다락방에 올라가, 예루살렘 쪽으로 난 창문을 열고, 습관임을 암시하듯 하루 세 번씩, 겸손하게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감사를 드렸다는 것이다.
솔로몬과 다니엘을 넘어서는 더 드라마틱한 기도는 신약 성경에 나온다. 예수님이 잡히시기 직전 감람산에서 드린 기도이다. 제자들과 돌을 던져 닿을 만한 거리에 떨어져 무릎을 꿇고 예수님은 땀이 핏방울같이 될 정도로 이렇게 기도한다.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눅 22:42)
내 뜻이 아니고 하나님 아버지의 뜻대로 구하는 것이 기도의 본질이었다. 내 뜻을 중심으로 하나님이 움직여주시기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기준 삼아 내 뜻을 조율하는 것이 기도의 핵심이었다. 그래야 솔로몬처럼 구한 것이 주님의 마음에 들었다고 인정받는다. 하나님의 마음에 들게 간구한다는 것, 다니엘의 방법처럼 두려움 없이 하루 세 번 습관에 따라 기도하며 감사를 드리는 것이 축복의 통로임을 거듭 알게 됐다.
국민일보 종교국은 새해부터 ‘365 기도 ON-한국교회 함께하는 기도 캠페인’을 시작했다. 2026년 모든 성도가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제목으로 기도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 다양한 목회자들이 기도문을 작성하고 있다. 지난 1일자 첫 기도문의 주인공은 인천 강화교산교회 박기현 목사였다. 132년 역사의 초대교회 신앙을 간직한 강화교산교회는 지난해 말 화재로 예배당이 전소됐지만 곧바로 맞이한 주일에 이웃 건물에 모여 변함없이 예배를 드리며 늘 함께하시는 임마누엘 하나님을 기억했다. 박 목사는 국민일보에 보내온 기도문에서 “세월의 무게에 눌려 굳어진 마음을 깨뜨려주시고 잃어버린 첫 사랑을 회복하게 하옵소서”라고 간구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복음의 능력과 십자가 사랑으로 회복에 앞장서는 교회를 위해, 장동민 백석대 교수는 새해 벽두부터 전해지는 전쟁의 소식 속에서 평화를 간절히 구했다. 김의신 광주다일교회 목사는 ‘사랑 믿음 소망의 빛 돼 주소서’, 한기채 중앙성결교회 목사는 ‘생명의 성령이 충만케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내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기도가 한국교회 안에 더욱 뜨겁게 확산하길 기도해 본다.
우성규 종교부장 mainport@kmib.co.kr





